번역본 비교
성경 번역본은 히브리어·아람어·그리스어로 쓰인 원문을 다른 언어로 옮긴 판본이며, 옮기는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가 함께 존재한다.
일상 비유
같은 요리 레시피를 다른 나라 말로 옮기는 것에 비유되곤 한다. 재료 이름과 계량 단위를 원문 그대로 옮기려는 방식(직역)과, 그 나라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와 익숙한 표현으로 바꾸는 방식(의역)이 있다.
비유의 한계 요리에서는 맛만 비슷하면 성공한 번역이라 할 수 있지만, 성경 번역에서는 표현 하나의 선택이 신학적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해서 '뜻만 통하면 된다'는 식으로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또한 레시피는 한 사람이 한 번에 새로 쓸 수 있지만, 성경 번역은 대개 여러 학자로 이뤄진 위원회가 원문 사본을 대조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다는 점도 다르다.
성경은 원래 지금 우리가 쓰는 말이 아니라 히브리어, 아람어, 그리스어로 쓰였어요. 그래서 한국말로 읽으려면 누군가 번역을 해야 해요.
번역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에요. 원래 문장을 최대한 그대로 옮기는 방법도 있고, 뜻이 통하게 오늘의 쉬운 말로 바꾸는 방법도 있어요. 요리법을 다른 나라 말로 옮길 때 재료 이름을 그대로 쓸지, 구하기 쉬운 다른 재료로 바꿔 쓸지 정하는 것과 비슷해요.
그래서 성경 번역본이 여러 개 있는 거예요. 어느 번역본을 읽어도 원래 뜻은 같아요. 다만 말투가 다를 뿐이에요.
성경 번역본은 히브리어·아람어(구약 일부)·그리스어(신약)로 쓰인 원문을 다른 언어로 옮긴 판본이며, 옮기는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가 함께 존재한다. 번역 방식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원문의 단어와 문장 구조를 최대한 그대로 살리는 방식(직역)과, 원문의 뜻을 오늘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풀어 옮기는 방식(의역)이다. 대부분의 실제 번역본은 이 두 축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다.
성경 안에서도 번역과 통역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느헤미야 8장 8절은 레위 사람들이 율법책을 읽은 뒤,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그 뜻을 풀어 설명해 주었다고 전한다. 오래된 언어로 된 본문을 그 자리에서 청중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옮긴 사례로 흔히 언급된다. 사도행전 8장 30~31절에서 에티오피아 관리가 읽고 있던 이사야서도, 학자들은 히브리어 원문이 아니라 그리스어로 번역된 구약성경(70인역)이었을 것으로 본다. 성경이 기록되던 시대에도 이미 번역된 성경이 읽히고 있었던 셈이다.
번역 전통은 교단에 따라서도 결이 다르다. 개신교는 종교개혁 이후 원어 성경을 각 나라 말로 직접 옮기는 것을 강조해 왔고, 그 결과 오늘날에도 여러 번역본이 함께 쓰인다. 천주교는 오랫동안 라틴어 불가타를 공식 본문으로 삼았지만,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로는 원어 본문에 기반한 각국어 번역과 신자들의 직접적인 성경 읽기를 적극 권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정교회는 구약 본문의 기준으로 히브리어 마소라 본문보다 초대교회가 쓰던 그리스어 70인역을 전통적으로 더 중시해 왔다.
흔한 오해 하나는 번역본이 다르면 성경 내용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번역본 사이의 차이는 대체로 같은 뜻을 어떤 말투와 문장 구조로 전달하느냐의 차이에 가깝다. 어떤 번역본으로 성경을 처음 읽기 시작하면 좋을지 같은 실용적인 질문은 '한국어 성경 번역본이 왜 이렇게 많나' 질문에서 다룬다.
번역 이론에서는 직역과 의역의 스펙트럼을 흔히 '형식적 동등성'(formal equivalence, 원문의 단어·구조를 최대한 보존)과 '역동적 동등성'(dynamic equivalence, 독자가 받는 의미상의 효과를 우선)이라는 용어로 구분한다. 이 구분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인물은 언어학자이자 성서 번역가인 유진 나이다로, 그는 1964년 저서에서 번역의 목표를 '원문의 형식 보존'이 아니라 '원문이 원래 독자에게 준 것과 동등한 효과를 오늘의 독자에게 주는 것'으로 재정의했다. 이 이론은 이후 전 세계 성경 번역 작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번역의 역사는 성경 자체의 역사만큼 길다. 구약성경의 첫 대규모 번역인 70인역은 기원전 3세기 무렵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어를 쓰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을 위해 시작됐다고 전해진다(정확한 시기와 과정에는 전설적 요소도 섞여 있어 학자들 사이에 세부 논의가 있다). 신약성경 저자들이 구약을 인용할 때도 히브리어 원문보다 70인역 쪽 표현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성서학계의 관찰이다. 라틴어권에서는 405년 히에로니무스가 완성한 불가타가 이후 천 년 넘게 서방 교회의 표준 본문으로 쓰였고, 영어권에서는 1611년 나온 흠정역(King James Version)이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이후 영어 문학 전반에 영향을 끼칠 만큼 큰 파급력을 남겼다.
번역 방식의 선택은 때로 신학적 논쟁과 맞물린다. 원문이 가진 언어적 애매함이나 표현의 폭을 번역자가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특정 신학적 입장과 연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번역본 사이에 '올바른 번역과 틀린 번역'이 있다는 뜻이라기보다, 같은 원문이 허용하는 해석의 폭을 각 번역이 서로 다르게 구현한다는 뜻에 가깝다고 설명된다. 이런 선택의 문제를 원문 자체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로 확장하면 해석학해석학해석학은 오래된 글이 본래 무엇을 뜻했는지 읽어내는 방법과 원칙을 다루는 분야이며, 성경에도 이 작업이 필요하다.의 영역과 만난다.
이 사이트는 저작권 문제로 특정 번역본의 본문을 그대로 싣지 않고, 자체적으로 풀어 쓴 요약과 설명만을 제공한다.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외부 성경 사이트에서 여러 번역본을 나란히 비교해 보는 것도 각 번역이 원문의 뉘앙스를 어떻게 다르게 풀어내는지 가늠하는 한 방법이 된다. 한국어 번역본의 구체적인 역사와 '어떤 번역본으로 시작하면 좋은가'라는 질문은 '한국어 성경 번역본이 왜 이렇게 많나'에서 자세히 다룬다.
관련 성구
역사적 형성 과정
- 405불가타(Vulgate) — 히에로니무스가 히브리어·그리스어 원문에서 라틴어로 완역했다. 이보다 앞서 기원전 3~2세기 무렵에는 히브리어 구약을 그리스어로 옮긴 70인역이 이미 있었다.
- 1611흠정역(King James Version) — 영어권에서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문학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번역본으로, 이후 여러 영어 번역본의 기준점이 됐다.
- 1964'역동적 동등성' 개념의 정식화 — 언어학자 유진 나이다가 저서에서 원문의 단어·구조보다 독자가 받는 의미상의 효과를 우선하는 번역 이론을 체계화했다.
- 1965제2차 바티칸 공의회('신적 계시에 관한 교의헌장') — 천주교가 원어 성경에 기반한 각국어 번역과 신자들의 직접적인 성경 읽기를 적극 권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교파별 차이
- 개신교 — 종교개혁 이후 원어(히브리어·그리스어) 성경을 각 나라 말로 직접 옮기는 것을 강조해 왔고, 오늘날에도 여러 번역본이 함께 쓰인다.
- 천주교 — 오랫동안 라틴어 불가타를 공식 본문으로 삼았으나,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원어 본문에 기반한 각국어 번역과 성경 읽기를 적극 권장한다.
- 정교회 — 구약 본문의 기준으로 히브리어 마소라 본문보다 그리스어 70인역을 전통적으로 더 중시해 왔다.
흔한 오해
❌의역은 번역자가 원문을 마음대로 바꾼 것이라 믿을 수 없다.
⭕의역도 원문 사본을 근거로 학자들이 연구해 옮긴 결과다. 번역 방식마다 무엇을 우선할지 원칙이 다를 뿐, 근거 없이 임의로 지어내는 것은 아니다.
❌번역본이 다르면 성경 내용 자체가 다른 것이다.
⭕번역본 사이 차이는 대체로 같은 뜻을 어떤 말투와 문장 구조로 옮기느냐의 차이다. 다만 일부 구절은 번역자의 해석이 갈려 표현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