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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성지순례는 이스라엘·튀르키예 등 성경의 무대가 된 땅을 직접 찾아가는 여행으로, 신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말하며 반드시 가야 하는 필수 활동은 아니라고 보는 입장도 많다.

성지순례는 예수님이 살았던 이스라엘이나, 바울이 다녔던 튀르키예 같은 곳을 직접 가 보는 여행이에요. 성경에 나오는 장소를 눈으로 직접 보는 거예요.

갈릴리 호수, 예수님이 태어난 베들레헴, 십자가에 달리고 부활한 예루살렘 같은 곳을 가요. 거기 가면 성경 이야기가 훨씬 실감 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꼭 가야 하는 건 아니에요. 안 가도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어요. 돈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왜 가는가. 성지순례는 성경의 배경이 된 땅을 직접 찾아가 보는 여행이다.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이스라엘로, 예수의 생애와 관련된 장소(나사렛, 갈릴리 호수, 베들레헴, 예루살렘 등)가 몰려 있다. 튀르키예도 자주 찾는데, 바울바울 초대교회한때 신자들을 잡아 가두고 스데반의 처형에 동의했던 사람이,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에서 방향을 잃고 다시 얻어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남은 삶을 썼다의 세 차례 전도 여행 경로와 요한계시록 2~3장에 등장하는 일곱 교회(에베소·서머나·버가모·두아디라·사데·빌라델비아·라오디게아)의 유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이집트(출애굽 경로), 요르단(느보산 등)을 함께 도는 일정도 흔하다.

실제로 뭘 하나. 대개 여행사나 선교단체가 짠 일정으로 열흘 안팎 동안 여러 유적지를 순서대로 돈다. 각 장소에서는 현지 가이드나 동행 목회자가 관련 성경 본문을 설명하고, 짧은 예배나 기도 시간을 갖는 경우가 많다. 여행이라는 형식을 취하지만, 참가자 대부분은 관광이 아니라 신앙 훈련의 성격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신앙에 어떤 의미가 있나. 다녀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성경이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게 실감 났다"는 경험이다. 지도로만 보던 지형과 거리를 직접 걸어 보면 본문의 장면이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반면 개발되고 상업화된 관광지 느낌, 여러 종파가 서로 자신들의 전승을 주장하며 세운 기념 성당들,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라는 긴장감 때문에 오히려 기대와 다른 인상을 받았다는 후기도 드물지 않다. 반드시 감동적인 체험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꼭 가야 하나. 이 질문에는 교회 안에서도 생각이 갈린다(아래 다입장 참고). 다만 대부분 개신교단은 성지순례를 신앙생활의 필수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용과 시간 부담이 커서 못 가는 사람이 훨씬 많고, 못 가봤다고 신앙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시각은 일반적이지 않다.

개신교만의 관습이 아니다. 성지순례는 개신교보다 오히려 천주교와 정교회에서 훨씬 오래된 전통이다. 천주교는 예루살렘 외에도 로마,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의 루르드처럼 성모 발현 전승이 있는 곳 등 다양한 순례지를 갖고 있다. 정교회는 예루살렘의 성묘교회, 이집트 시나이산의 성 카타리나 수도원 같은 곳을 오래 순례해 왔다. 개신교의 성지순례는 이런 오랜 전통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최근에 활발해진 관습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인의 성지순례는 4세기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설명된다. 313년 로마 제국이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모후 헬레나가 326년경 예루살렘을 방문해 여러 기념 성당(성묘교회 등)을 세우는 데 관여했다는 전승이 있다. 다만 이 전승의 세부 내용(십자가 발견 일화 등)은 후대 문헌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아, 역사적 사실과 신앙적 전승이 어디까지 겹치는지는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다. 중세에는 예루살렘 순례가 신앙적 공로를 쌓는 행위로 여겨지며 크게 성행했고, 11~13세기 십자군 전쟁도 표면적으로는 이슬람 세력에게 넘어간 예루살렘 성지를 되찾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16세기 종교개혁가들은 중세의 순례 관행에 대체로 비판적이었다. 마르틴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은 특정 장소를 방문하거나 유물을 참배하는 행위로 신앙적 공로(구원에 도움이 되는 선행)를 쌓을 수 있다는 당시의 통념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는 면벌부 판매에 대한 비판과 같은 흐름 위에 있었다.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칭의칭의칭의는 죄인이었던 사람이 하나님에게서 '더 이상 죄가 없다'는 인정을 받는 것을 가리키는 기독교 용어다. 교리는 장소나 행위가 아니라 믿음이 구원의 근거라는 원리를 강조했고, 이 때문에 개신교 전통은 오랫동안 순례라는 관행 자체에 거리를 둬 왔다.

오늘날과 같은 개신교 성지순례가 대중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19세기 이후 증기선·철도 같은 여행 기술의 발달로 유럽인의 예루살렘 방문이 늘었고,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관광 인프라가 정비되면서 대중 순례가 본격화됐다. 한국 개신교의 성지순례는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특히 1990년대부터 급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 경제 성장과 함께 해외여행이 대중화된 흐름과 맞물려, 교회 단위의 단체 성지순례 상품이 여행 업계에서도 자리 잡았다.

성지순례를 둘러싼 비판적 시각도 있다. 순례가 신앙 훈련보다 사실상 고급 해외여행 상품처럼 소비된다는 지적,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을 방문하면서 그 지역의 복잡한 현실(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의 존재와 어려움 등)은 소홀히 다뤄진다는 비판, 특정 장소를 '성지'로 특별시하는 태도가 종교개혁 전통이 경계해 온 장소 중심 신앙과 충돌한다는 신학적 지적 등이 함께 제기된다. 이런 비판에 대해 순례를 옹호하는 쪽은, 장소 자체를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본문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적 경험으로 순례를 재해석하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 논쟁 역시 성경 해석과 신앙 실천의 우선순위에 대한 더 넓은 질문과 맞닿아 있다.

성지순례가 신앙 생활에 필요한 경험인가, 선택적인 경험인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입장들이 있다.

의미 있는 신앙 훈련으로 권장하는 입장

성경의 배경이 된 지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하면 본문을 훨씬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고, 이는 신앙을 깊게 하는 유익한 경험이라고 본다.

  • 성경의 많은 사건이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배경으로 서술된다는 점 — 장소를 직접 보면 본문의 지리·기후적 배경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
  • 4세기 이후 그리스도교인들이 예루살렘 등 성경의 무대를 찾아온 오랜 순례 전통(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모후 헬레나가 326년경 예루살렘을 순례했다는 전승 — 역사적 세부는 후대 문헌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어 학설이 갈린다)

다수의 교회가 운영하는 단체 성지순례 프로그램, 특히 장년부·중대형 교회에서 활발

필수는 아니라고 보는 신중론

신약성경 어디에도 특정 장소를 방문해야 신앙이 완성된다는 규정이 없고, 오히려 예배가 특정 장소에 매이지 않는다는 원리를 강조해야 한다고 본다. 비용 부담이 크고 관광 산업화된 측면에 대한 우려도 있다.

  • 요한복음 4:21-24 — 예수가 사마리아 여인에게 이 산도 예루살렘도 아니라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온다고 말했다는 취지(자체 풀이)
  • 신약성경에 특정 장소 순례를 신앙의 필수 요소로 규정하는 본문이 없다는 점

다수의 개신교, 특히 저교회 전통·복음주의 계열, 비용·시간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목회자들

공통점 두 입장 모두 신앙의 본질이 특정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차이는 장소를 직접 찾는 경험이 그 관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가에 있다.

아직 논쟁 중인 부분 순례가 신앙에 미치는 실제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한 연구는 없고, 대부분 개인의 경험담에 의존한다.

흔한 오해

성지순례를 다녀와야 신앙이 완성된다.

대부분 개신교단은 성지순례를 필수 신앙 활동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다녀오지 않아도 신앙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이다.

성지에 가면 특별한 종교적 신비 체험이 보장된다.

체험은 사람마다 다르다. 감동을 받았다는 간증도 많지만, 오히려 상업화된 관광지 분위기에 실망했다는 후기도 드물지 않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는 개신교만의 관습이다.

천주교와 정교회도 오랜 순례 전통을 갖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오히려 천주교·정교회 쪽의 순례 전통(중세 순례, 십자군 시기 예루살렘 순례 등)이 개신교보다 훨씬 유서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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