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교회 세습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일부 교단은 담임목사직의 부자 대물림을 교단법으로 금지하지만, 이런 세습방지법이 아예 없는 교단도 있고 법이 있는 교단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세습에 반대하는 쪽은 이것이 회중이 목회자를 선택할 권리와 청빙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한다고 보고, 반대하지 않는 쪽은 정해진 청빙 절차를 거쳤다면 후보가 전임 목사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할 근거가 없다고 본다.
교회를 맡아 이끄는 담임목사님이 은퇴하면, 그 아들이나 사위가 뒤를 이어 같은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걸 교회 세습이라고 불러요.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 생각이 서로 달라요.
어떤 사람들은 안 된다고 말해요. 교회는 회사가 아닌데, 자리를 가족에게 물려주는 건 옳지 않다고 봐요. 그래서 일부 교단은 이걸 아예 규칙으로 막아 놨어요.
어떤 사람들은 괜찮다고 말해요. 정해진 절차대로 교인들이 투표해서 뽑았다면, 그 사람이 전 목사님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봐요.
두 생각 모두 목사님은 좋은 사람이어야 하고, 정해진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데는 같은 생각이에요.
담임목사가 은퇴하면서 자기 자녀나 사위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일을 흔히 '교회 세습'이라 부른다. 이 문제에는 역사·사회적인 배경과 신학적인 쟁점이 함께 얽혀 있다.
역사·사회적으로 보면, 세습 문제가 크게 불거진 것은 대형교회가 늘어난 최근 수십 년의 흐름과 맞물린다. 큰 교회일수록 담임목사가 은퇴한 뒤 후임을 정하는 문제가 재정·인사·신자 이탈 우려 같은 현실적인 부담과 함께 다가오고, 이 부담을 자녀에게 자리를 넘기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사례가 이어져 왔다. 시민단체 등이 집계한 세습 사례는 부자 세습(아버지에서 아들로)뿐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교회가 담임목사 자녀를 맞바꿔 청빙하는 이른바 교차 세습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신학적으로 보면, 쟁점은 청빙과 안수가 무엇을 근거로 이뤄져야 하는가에 있다. 세습에 반대하는 입장은 디모데전서 3장이 제시하는 지도자 자격 조건이 혈통이 아니라 인격과 자질이라는 점, 그리고 사도행전 6장에서 공동체가 함께 지도자를 뽑은 사례(둘 다 자체 풀이)를 근거로, 담임목사 자리가 특정 가족에게 대물림되는 것 자체가 회중의 선택권과 청빙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한다고 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2013년 제98회 총회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해 헌법에 세습방지법을 신설했고, 감리회·기장 등도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다.
세습에 반대하지 않거나 사안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은 다른 논리를 편다. 정상적인 청빙 절차(당회 결의, 공동의회 투표, 노회 승인 등)를 거쳤다면, 후보가 전임 목사의 자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격을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본다. 구약에서 제사장직이 레위 지파 안에서 혈통을 따라 이어진 전례를 유비로 들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신약의 목회직이 구약의 제사장직과 같은 성격의 직분은 아니라는 반박이 따라붙는다. 세습방지법을 별도로 두지 않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같은 교단에서는 실제로 이런 논리에 따라 세습이 이뤄진 사례가 여럿 보고돼 있다.
두 입장 모두 담임목사가 인격과 자질을 갖춰야 하고 청빙이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 자체에는 동의한다. 다만 '절차를 지켰다'는 사실만으로 세습 논란이 끝나는지에서 결론이 갈린다.
한국 개신교에서 세습 논란은 종종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진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한 대형교회에서는 은퇴한 원로목사의 자녀가 위임(담임)목사로 청빙됐는데, 해당 교단이 그보다 앞서 세습방지법을 제정해 둔 상태였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제기됐다. 이 청빙에 반대하는 쪽이 이의를 냈고, 교단 총회 재판국은 재심 끝에 해당 청빙이 세습방지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결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후 상황은 다시 한 번 갈렸다. 해당 교회 측 이의제기로 별도의 수습전권위원회가 구성됐고, 이 위원회가 마련한 수습안이 교단 총회에서 통과되면서 그 자녀 목사가 다시 교회를 이끌게 됐다고 보도됐다. 세습 반대 측은 이 수습안이 사실상 세습을 인정한 편법이라고 비판했고, 이후 별도의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해당 목사에게 교회의 대표자(위임목사·당회장) 지위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처럼 교단 재판, 자체 수습안, 법원 판단이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르며 논란이 길게 이어진 것 자체가, 세습 문제가 절차 하나로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교단별로 보면 세습방지법을 실제로 제정한 곳은 예장통합·기독교대한감리회·한국기독교장로회 정도로, 전체 개신교단 가운데 소수에 그친다고 알려져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세습방지법이 없고, 실제로 여러 세습 사례가 보고돼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세습방지법을 먼저 제정한 감리회에서도 법 제정 이후 오히려 감독회장을 비롯한 세습 사례가 이어졌다는 보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법 제정과 실제 이행 사이에 간극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민단체인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등이 취합한 세습 의심·확정 교회 명단은 조사 시점과 집계 기준(부자 세습만 포함할지, 교차 세습·사위 세습까지 포함할지)에 따라 수십 곳에서 300여 곳까지 다르게 보도돼 왔다.
신학적 논쟁의 핵심에는 '청빙'과 '세습'을 같은 사건으로 볼 것인가 다른 사건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세습을 옹호하는 쪽은 이를 세습이 아니라 정당한 절차를 거친 청빙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구약에서 레위 지파가 대대로 제사장직을 이어받은 전례를 든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은 신약의 목회직이 혈통으로 이어지는 구약의 제사장직과 다른 성격의 직분이라는 점,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과 실질적 공정성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들어 반박한다. 이 논쟁은 특정 교회 한 곳의 문제라기보다, 청빙 제도와 교회 정치 체제(장로제·감독제·회중제)가 실제로 얼마나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묻는 더 큰 질문과 맞닿아 있다.
담임목사직을 자녀나 사위 같은 직계가족에게 물려주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입장들이 있다.
세습에 반대하는 입장
담임목사 자리가 사실상 사유재산처럼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것은, 회중이 스스로 목회자를 선택할 권리와 장로제·회중제가 전제하는 청빙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한다고 본다. 큰 교회일수록 재정과 인적 자원이 특정 가족에게 집중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도 함께 문제 삼는다.
- 디모데전서 3장의 감독(교회 지도자) 자격 조건이 혈통이 아니라 인격과 자질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보는 해석(자체 풀이)
- 사도행전 6장에서 공동체가 함께 일곱 사람을 뽑아 세운 사례를, 특정 가족이 아니라 회중이 지도자를 선택하는 원리의 근거로 보는 해석(자체 풀이)
- 세습방지법을 제정한 교단에서 실제로 교단 재판국이 세습에 해당하는 청빙을 교단법 위반으로 무효 판결한 사례가 보도된 바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등 세습방지법을 교단법으로 제정한 교단,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등 시민단체
세습에 반대하지 않거나 사안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
정해진 청빙 절차(당회 결의, 공동의회 투표, 노회 승인 등)를 정상적으로 거쳤다면, 후보가 전임 목사의 자녀나 사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격을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본다. '세습'이라는 표현 자체가 정당한 청빙 과정을 부정적으로 낙인찍는 말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 구약에서 제사장직이 레위 지파 안에서 혈통을 따라 이어진 전례를 유비로 드는 해석(자체 풀이)
- 청빙 절차 자체에 하자가 없다면 최종 선택은 공동의회, 즉 교인 투표의 몫이라는 논리
- 세습방지법을 별도로 제정하지 않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등 교단의 실제 관행
세습방지법을 두지 않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등 교단, 세습을 결정한 개별 교회의 당회·제직회
공통점 두 입장 모두 담임목사가 인격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원칙, 그리고 청빙이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 자체에는 동의한다. 차이는 '절차를 거쳤다'는 사실만으로 세습 논란이 해소되는가에 있다.
아직 논쟁 중인 부분 세습으로 집계되는 교회의 수는 조사 기관과 집계 기준(부자 세습만 포함할지, 교차 세습·사위 세습까지 포함할지)에 따라 크게 다르게 보도된다. 세습방지법을 제정한 교단에서도 노회를 옮기거나 별도의 수습안을 만들어 절차를 우회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법 제정만으로 논쟁이 끝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양쪽이 각각 근거로 드는 성경 본문의 적용 범위도 논쟁거리다 — 반대 측이 드는 디모데전서 3장·사도행전 6장이 세습이라는 현대적 상황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구절인지, 찬성 측이 드는 구약 제사장직 유비가 혈통과 무관한 신약의 목회직에도 똑같이 적용되는지를 두고 해석이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