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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장

하갈

사라의 몸종으로 이집트에서 이 집안에 들어왔고, 대를 이을 아이를 낳으라는 명을 받았으며, 임신한 순간부터 두 번이나 광야로 내몰렸던 사람.

이름 뜻

정확한 어원은 확실하지 않다. 그가 이집트 출신인 점에 비추어 이집트어에서 왔을 가능성과, '떠나다·도망하다'를 뜻하는 셈어 어근에서 왔을 가능성이 함께 제시된다. 어느 쪽이든 이름과 공교롭게 맞아떨어지듯, 그의 삶은 광야로 나가는 두 사건 — 스스로 도망친 일(창 16장)과 내쫓긴 일(창 21장) — 으로 채워진다.

등장 책

관계

이 사람의 문제

임신한 사실을 알자 여주인 사라를 업신여겼다(창 16:4). 그 일로 사라에게 가혹한 대우를 받았고, 견디다 못해 광야로 도망쳤다. 그런데 이 장면은 하갈이 애초에 서 있던 자리와 함께 읽어야 한다. 그는 이집트에서 끌려온 종이었고, 아이를 낳으라는 결정은 그의 뜻이 아니라 사라의 제안과 아브라함의 승낙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창 16:2~3). 종의 신분에서 벗어날 길이 없던 사람이, 임신한 몸이라는 유일하게 손에 쥔 처지를 앞세워 여주인에게 맞선 순간이다. 성경 본문은 이 장면을 미화하지도, 완전히 단죄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적어 놓는다. 눌린 사람의 반항과 그 반항이 부른 대가가 함께 있다.

흔한 오해

하갈은 스스로 원해서 아브라함의 첩이 되기로 선택했다.

창세기 16장 2~3절에 따르면 이 일을 먼저 제안한 사람은 사라였다. 자식이 없던 사라가 몸종 하갈을 통해 아이를 얻자고 아브라함에게 권했고, 본문 어디에도 하갈 자신의 뜻이나 동의는 등장하지 않는다. 여종을 통해 대를 잇는 관습이 있던 시대였지만, 그 관습 안에서 하갈이 결정에 참여할 여지는 거의 없는 종의 신분이었다.

유대교·기독교 전통과 이슬람 전통은 하갈과 이스마엘 이야기를 똑같이 전한다.

두 전통은 이 인물을 다르게 자리매김한다. 유대교와 기독교 전통은 창세기를 근거로 이삭을 약속의 후손으로, 이스마엘을 별도의 축복은 받았으나 계약의 중심에서는 벗어난 인물로 본다. 반면 이슬람 전통은 하갈(하자르)과 이스마엘(이스마일)을 훨씬 비중 있게 다룬다. 물이 떨어진 광야에서 하갈이 물을 찾아 헤맸다는 이야기는 메카 순례(하즈) 의례 중 사파와 마르와 두 언덕 사이를 오가는 '사이'로 기념되며, 이때 솟아났다고 전해지는 잠잠 샘 전승도 함께 있다. 또한 아브라함이 제물로 바치려 한 아들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성경은 이삭이라고 명시하는 반면 이슬람 전통에서는 이스마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두 전통이 같은 인물을 각자의 경전과 신앙 안에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