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
외경은 구약과 신약 사이 시기에 쓰인 유대 문헌 가운데, 성경 목록에 넣을지를 두고 기독교 전통마다 판단이 갈리는 책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상 비유
졸업앨범에 실린 사진과, 같은 시기에 찍었지만 앨범에는 실리지 않은 사진들의 차이에 비유되곤 한다.
비유의 한계 이 비유는 무엇을 넣고 뺄지가 편집자의 가벼운 취향 문제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전통은 이 판단을 임의적 선택이 아니라 나름의 근거(원문이 히브리어로 남아 있는지, 초대교회가 어떤 구약 본문을 널리 사용해 왔는지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앨범에 없는 사진은 그저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외경으로 분류된 문헌은 여러 신앙 공동체 안에서 오랫동안 읽히고 사용되어 온 문서라는 점도 이 비유가 놓치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이 가진 성경은 66권인데, 어떤 사람이 가진 성경은 그보다 책이 몇 권 더 있어요. 왜 그럴까요? 두 성경 사이에서 있고 없고가 갈리는 책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책들을 '외경'이라고 불러요.
이 책들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와 예수님 시대 이야기 사이, 그 중간에 쓰였어요. 그때 살던 유대인들의 역사가 담겨 있어요.
개신교 성경에는 이 책들이 없어요. 천주교와 정교회 성경에는 있어요. 없다고 해서 가짜 책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그 시대를 아는 데는 지금도 도움이 되는 자료예요.
외경은 구약과 신약 사이 시기, 대략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전 1세기 무렵(흔히 '중간기'라 불린다)에 쓰인 유대 문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토빗, 유딧, 지혜서, 집회서, 바룩, 마카베오상·하 등이 있다. 이 이름 자체는 개신교 쪽에서 쓰는 명칭이고, 천주교와 정교회는 같은 문헌 대부분을 '제2경전'이라 부른다 — 서로 다른 이름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이 문헌을 바라보는 입장 차이를 보여 준다.
이 문헌들의 정경 포함 여부를 둘러싼 이견은 이미 4~5세기 교회 안에서도 있었다. 라틴어 성경(불가타) 번역자 히에로니무스는 히브리어 원문이 남아 있지 않은 이 문헌들을 정경과 구분해야 한다고 봤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정경에 포함하는 쪽을 지지했다. 이 이견은 16세기 종교개혁을 거치며 각 전통의 공식 입장으로 굳어졌다. 개신교는 히브리어 성경 목록을 구약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이 문헌들을 정경에서 제외했고, 천주교는 1546년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이 문헌 대부분을 '제2경전'으로 공식 포함했다. 정교회는 제2경전을 인정하며 전통에 따라 몇몇 문헌을 추가로 인정해, 지역·교회별로 목록이 조금씩 다르다.
다만 개신교 안에서도 이 문헌들을 대하는 태도가 처음부터 하나는 아니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자신의 독일어 성경에 이 문헌들을 아예 빼지 않고, '정경과 동등하지는 않지만 읽으면 유익한 책'이라는 표제를 달아 구약과 신약 사이에 따로 실었다. 성공회 전통도 비슷하게, 교리의 근거로 삼지는 않되 교훈을 위해 읽을 수 있는 문헌으로 다뤄 왔다. 오늘날 다수의 개신교 성경은 이 문헌들을 싣지 않지만, 이는 역사적 자료로서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왜 각 전통이 이런 판단에 이르렀는지 더 자세한 근거는 '외경은 무엇이고, 왜 개신교 성경엔 없나' 질문에서 다룬다.
흔한 오해 하나는 외경을 '위경'과 같은 것으로 혼동하는 것이다. 외경은 정경 여부를 두고 기독교 전통 사이에 실제로 이견이 있는 문헌을 가리키지만, 위경은 저자를 사칭해 쓰인 것으로 여겨져 대부분의 전통에서 애초에 정경으로 고려된 적이 없는 문헌(예: 에녹1서)을 가리킨다. 둘은 구분되는 범주다.
'외경'(Apocrypha)이라는 그리스어 단어는 본래 '숨겨진 것'이라는 뜻이지만, 이는 이 문헌들이 비밀스럽거나 이단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정경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문헌이라는 개신교 쪽의 분류 명칭이다. 반면 천주교·정교회가 쓰는 '제2경전'(Deuterocanonical)이라는 이름은 정경 여부를 두고 초대교회 안에서 한동안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정경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역사를 반영한다.
예수 시대 유대인들이 쓰던 구약성경은 크게 두 갈래였다 — 팔레스타인의 히브리어 성경 전통과, 지중해 전역의 그리스어권 유대인들이 쓰던 그리스어 구약(70인역)이다. 70인역에는 외경/제2경전 문헌들이 함께 실려 있었고, 초대교회는 대체로 이 그리스어 성경을 구약 본문으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초대교회 안에서는 상당 기간 이 문헌들의 지위에 대한 합의가 느슨했다.
'외경'과 구분해야 할 또 다른 범주로 '위경'(Pseudepigrapha, '거짓 표제가 붙은 글'이라는 뜻)이 있다. 위경은 유명한 인물(에녹, 아담, 모세 등)의 이름을 빌려 후대에 쓰인 문헌으로, 에녹1서나 희년서 등이 대표적이다. 흥미롭게도 유다서 1장 14~15절은 에녹1서의 한 대목을 근거로 들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는 신약 저자가 정경 밖의 문헌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 주지만, 그렇다고 유다서가 에녹1서 전체를 정경으로 인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다수 학자의 설명이다. 비슷한 사례로 디도서 1장 12절에서 바울은 그레데 출신 시인의 말을 빌려 그 지역 사람들에 대한 세간의 평판을 언급하는데, 이 역시 신약 저자가 정경 밖의 글을 인용어법으로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즉 어떤 문헌을 인용하거나 언급하는 것과, 그 문헌을 정경으로 인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로 다뤄진다.
16세기 이후 개신교와 천주교·정교회 사이의 목록 차이가 굳어졌지만, 개신교 성경에서 외경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611년 나온 영어 흠정역(King James Version) 초판에도 외경이 구약과 신약 사이에 별도 섹션으로 실려 있었고,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외경을 뺀 판본이 널리 퍼졌다. 이 역사는 '개신교는 처음부터 외경을 아예 없는 셈 쳤다'는 인식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각 전통이 이 문헌들을 정경에서 배제하거나 포함한 신학적 근거에 대한 더 자세한 논의는 '외경은 무엇이고, 왜 개신교 성경엔 없나'에서 다룬다.
관련 성구
역사적 형성 과정
- 400히에로니무스와 아우구스티누스의 이견 — 라틴어 성경(불가타) 번역자 히에로니무스는 히브리어 원문이 없는 이 문헌들을 정경과 구분해야 한다고 본 반면, 아우구스티누스는 정경에 포함하는 쪽을 지지했다.
- 1517종교개혁 — 개신교가 히브리어 성경 목록을 구약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이 문헌들을 정경에서 제외했다. 다만 루터는 자신의 독일어 성경에 '읽으면 유익한 책'이라는 표제를 달아 별도로 수록했다.
- 1546트리엔트 공의회 — 천주교가 이 문헌 대부분을 '제2경전'이라는 이름으로 정경에 공식 포함했다.
- 1611영어 흠정역(King James Version) — 초판에는 외경이 구약과 신약 사이에 별도 섹션으로 포함되어 있었으나, 19세기 이후 이를 뺀 판본이 개신교권에서 널리 퍼졌다.
교파별 차이
- 개신교 다수 — 히브리어 성경에 없는 이 문헌들을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대다수 현대 개신교 성경은 아예 싣지 않는다.
- 루터교 일부·성공회 — 정경으로 보지는 않지만, 역사·신앙 교육에 유익한 문헌으로서 구약과 신약 사이에 별도로 수록해 온 전통이 있다.
- 천주교 — 이 문헌 대부분을 '제2경전'이라는 이름으로 구약 정경에 포함한다.
- 정교회 — 제2경전을 정경으로 인정하며, 전통에 따라 몇몇 문헌을 추가로 인정해 지역·교회별로 목록이 조금씩 다르다.
흔한 오해
❌외경은 지어낸 가짜 이야기다.
⭕외경은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적 유대 문헌이며, 그 시대 유대 역사와 신앙을 이해하는 자료로 쓰인다. 정경 포함 여부와 문헌의 역사적 실재·가치는 다른 문제다.
❌외경과 위경(pseudepigrapha)은 같은 말이다.
⭕외경은 정경 여부를 두고 기독교 전통 사이에 실제로 이견이 있는 문헌(토빗, 마카베오상·하 등)을 가리키고, 위경은 저자를 사칭해 쓰인 것으로 여겨져 대부분의 전통에서 정경으로 고려된 적이 없는 문헌(예: 에녹1서)을 가리킨다. 둘은 구분되는 범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