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왜 하필 그 시대(기원전·기원후가 갈리는 시점)에 왔나?
역사적으로는 로마 제국이 지중해 세계를 하나의 정치·교통·언어권으로 묶어 놓은 시기였고, 새로운 사상이 퍼지기에 유리한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신학적으로는 기독교 스스로 이 시점을 하나님이 정해 둔 '준비된 때'로 이해한다.
예수님은 지금으로부터 약 2천 년 전에 태어났어요. 그때는 로마라는 큰 나라가 여러 나라를 다스리던 시기였어요.
로마는 길을 잘 닦았어요. 어디서나 비슷한 말을 썼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멀리까지 오갈 수 있었어요. 소식도 빠르게 퍼졌어요.
기독교는 이 시기를 특별하게 봐요. 하나님이 미리 정해 둔 '딱 맞는 때'라고 설명해요. 우연이 아니라 준비된 시간이었다고 믿어요.
예수예수 예수갈릴리 나사렛에서 자란 유대인 랍비로, 짧은 공생애 동안 가르치고 병자를 고치다가 로마 총독 아래서 십자가형으로 처형되었다. 제자들이 그가 다시 살아났다고 전하면서 기독교라는 종교의 출발점이 되었다.가 태어난 시점, 곧 오늘날 기원전(BC)과 기원후(AD)가 갈리는 그 언저리를 두고도 역사적 답과 신학적 답이 따로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시기는 로마 제국이 지중해 세계 대부분을 하나의 정치 체제 아래 두고 있던 때였다. 로마의 지배는 억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전례 없는 안정과 이동의 자유(이른바 팍스 로마나)를 가져왔다. 도로망이 지중해 전역을 연결했고, 해적과 국경 분쟁이 크게 줄어 여행과 교역이 이전보다 훨씬 안전해졌다. 로마의 인구조사 행정, 화폐 통일, 그리고 그리스어라는 공용어까지 겹치면서, 새로운 사상이나 소식이 퍼지기에 이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유대 지방의 통치자였던 헤롯왕과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시대가 이 무렵과 겹친다.
한 가지 알아 둘 사실은, 오늘날 쓰는 기원전·기원후(BC/AD) 구분 자체가 후대에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6세기의 한 수도사가 예수의 탄생 연도를 기준으로 연대를 다시 매기면서 이 표기가 시작됐는데, 계산에 몇 년의 오차가 있었다는 것이 오늘날 역사학의 대체적인 결론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실제 예수의 출생을 BC 6~4년경으로 추정하기도 한다(학설이 갈린다) — "AD 1년"이라는 숫자 자체가 정확한 기준점은 아니라는 뜻이다.
신학적 설명은 이와 다른 결을 가진다. 기독교는 이 시점을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이 미리 정해 둔 '준비된 때'로 이해한다. 신약성경 갈라디아서는 이 사건을 하나님이 정한 때가 무르익어 일어난 일로 설명한다. 역사적 조건(로마의 통일된 세계)과 신학적 해석('준비된 때')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것이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하지 않는다.
연대 표기 문제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 오늘날 쓰는 '기원전(BC)/기원후(AD)' 체계는 525년 로마의 수도사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가 부활절 계산표를 만들면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로마 건국 기원(AUC) 754년을 예수의 탄생 연도로 잡았는데, 후대 역사학자들은 이 계산에 오차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신약성경에 따르면 예수가 태어날 당시 유대 지방을 다스리던 헤롯왕이 등장하는데, 헤롯의 사망 연대는 BC 4년경으로 비교적 폭넓게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다수 역사학자와 성서학자는 예수의 실제 출생을 BC 6~4년경으로 추정한다(학설이 갈린다). 즉 "서기 1년에 예수가 태어났다"는 통념 자체가 계산 오차를 포함한 표기 관습이라는 뜻이다.
시대적 조건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시기는 아우구스투스(재위 BC 27~AD 14)가 로마의 첫 황제로서 제국의 기틀을 다진 시기와 겹친다. 로마는 정복지에 도로·수도·행정 체계를 이식했고, 속주 곳곳에 인구조사(누가복음이 언급하는 호적 등록도 이런 행정의 일부로 이해된다)를 실시할 만큼 행정력이 촘촘했다. 동시에 지중해 동부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 이후 형성된 헬레니즘 문화와 코이네 그리스어가 공용어로 자리 잡은 지 이미 300년 가까이 된 시점이었다. 유대 사회 내부적으로는 로마의 직간접 지배에 대한 반발과, 이를 끝내 줄 메시아를 향한 기대가 여러 갈래(묵시문학적 기대, 무장 봉기를 주장하는 흐름, 금욕과 정결을 강조하는 쿰란 공동체 등)로 고조돼 있었다.
신학적으로 이 시점을 설명하는 논리는 갈라디아서 4장에 압축돼 있다고 여겨진다. 이 구절은 예수의 등장을 하나님이 정한 시간표에 따른 일로 설명하는데, 신학자들은 이를 앞서 말한 역사적 조건들(공용어, 안정된 교통망, 유일신 신앙의 확산 등)과 연결해 "하나님이 섭리 안에서 조건을 갖춰 두었다"는 방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다만 이런 해석은 신앙적 독법이며, 역사학이 검증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