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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

기드온

포도주 틀 속에 숨어 몰래 밀을 타작하던 소심한 농부가 3만 2천 명을 300명으로 줄여 미디안을 물리쳤지만, 그 승리가 남긴 물건이 훗날 온 백성을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

이름 뜻

히브리어 동사 '가다'(자르다, 베어 넘기다)와 연결해 흔히 '베어 넘어뜨리는 자' 또는 '용사'로 풀이되지만, 이 어원이 확정된 학설은 아니다. 본문은 그를 처음 부를 때 '기보르 하일'(용맹한 용사)이라는 호칭을 붙이는데, 정작 그때 그는 곡식을 들키지 않으려 숨어서 타작하던 중이었다. 이름의 뜻과 첫 등장 장면 사이의 이 간극을 의도된 반전으로 읽는 해석이 많다.

등장 책

핵심 장면

이 사람의 문제

부름을 받은 뒤 기드온은 곧바로 나서지 않았다. 신의 뜻을 확인하겠다며 양털을 이용한 표징을 요청했는데,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내지 않았다. 첫 번째는 양털에만 이슬이 맺히고 그 밖의 자리는 말라 있게 해 달라는 조건이었고, 응답을 받고도 확신이 서지 않았는지 이번엔 정반대로 양털은 마르고 그 밖의 자리에만 이슬이 맺히게 해 달라고 다시 요청했다(삿 6:36-40). 문제는 승리 이후에 더 크게 드러난다. 미디안을 물리친 뒤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와 자손에게 대대로 다스려 달라고 청하자, 기드온은 자신도 아들도 이스라엘을 다스리지 않을 것이며 그 자리는 신의 몫이라고 답하며 거절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 그는 전리품으로 거둔 금 귀고리를 모아 '에봇'이라는 제의용 물건을 만들어 자기 고향에 두었다. 본문은 사람들이 그 물건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떠받들게 되었고, 그것이 기드온의 집안과 이스라엘 전체를 그릇된 길로 이끄는 결과를 낳았다고 명시적으로 적는다(삿 8:22-27). 왕위는 거절했지만, 스스로 숭배의 대상이 될 물건을 만든 셈이다.

흔한 오해

기드온의 300명은 처음부터 전투력이 뛰어난 정예 특공대로 선발되었다.

본문이 밝히는 선발 기준은 전투 능력이 아니라 물을 마시는 방식이었다. 만 명 중 손으로 물을 떠서 핥아 마신 사람만 남기고 나머지는 돌려보냈는데, 이 방식이 실력이나 경계심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본문이 설명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강조하는 것은 병력의 우수함이 아니라 숫자가 3만 2천에서 300으로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과정 그 자체로 읽힌다.

기드온은 처음부터 담대하고 확신에 찬 지도자였다.

그가 성경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포도주 짜는 틀 안에서 미디안 사람들 눈을 피해 몰래 밀을 타작하는 모습이다. 부름을 받고도 자기 집안이 지파 중 가장 약하고 자신은 그 집에서 가장 낮은 자리라고 답했고, 그 뒤로도 표징을 두 번이나 요구할 만큼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인물로 그려진다.